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바꿨다는 뉴스, 혹시 보셨나요? 얼핏 보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이란 게 뭔지, 무디스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이게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미국 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
먼저 ‘신용등급’이라는 건, 말 그대로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도 지표예요.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도 신용점수가 중요한 것처럼, 국가도 돈을 빌릴 때 신용등급을 평가받아요.
무디스, 피치(Fitch),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이 세 곳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데요, 이 기관들이 AAA, AA, A 이런 식으로 등급을 매기죠.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금껏 늘 ‘AAA’라는 최고 등급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부채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정치적인 리스크도 커지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거죠.
2.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무디스가 등급을 직접 강등한 건 아니고, 일단 ‘앞으로 강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거예요. 이게 왜 심각한 사인이냐면, 실제로 등급을 낮추기 직전에 이런 사전 경고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2.1.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의 급증
미국은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단행했고, 그 후에도 인프라 투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이 늘면서 연방정부의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요.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20% 이상에 달하고 있고, 이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높은 편입니다.
2.2. 부채한도 협상 반복되는 정치 혼란
미국은 법적으로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총량인 ‘부채한도(debt ceiling)’를 설정해두고 있는데요, 이걸 매년 의회에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부 셧다운(일시 폐쇄) 위기까지 갔던 적도 있어요.
정치 싸움 때문에 기본적인 국가 운영조차 불확실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디스는 ‘정치 리스크’가 크다고 본 거죠.
2.3.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어요. 그 결과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붙는 이자 비용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죠.
실제로 미국의 연간 이자 지출은 국방비를 넘어서고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사회보장비, 의료보장비 다음으로 큰 정부 지출 항목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3. 피치, S&P에 이어 무디스까지…진짜 강등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미 2023년 피치(Fitch)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 → AA+’로 낮췄고, 사실 S&P는 2011년에 한 차례 강등한 전례가 있어요. 이번에 무디스까지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면서, 3대 평가사 모두 미국에 대해 경고등을 켠 상황입니다.
이게 실제로 AAA에서 AA+로 강등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 미국 국채 금리 상승: 투자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되죠.
- 달러 가치 불안: 기축통화로서의 안정성에 의심이 생기면 달러 약세가 올 수 있어요.
- 전 세계 자산시장 불안: 미국이 흔들리면 전 세계 증시와 환율 시장도 크게 출렁입니다.
4. 한국 경제는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
이런 일이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도 결코 자유롭지 않아요.
4.1. 원화 약세 & 수입물가 상승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원화는 약세를 보이고, 그 결과 수입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이 오릅니다.
4.2. 한국 국채 금리도 함께 오른다
미국 국채가 더 매력적이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흥국 채권은 인기가 떨어져요. 그러면 한국도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가 재정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4.3.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돈을 빼 나가기 시작하죠. 그러면 증시도 흔들리고, 실물경제에도 파급력이 생깁니다.
5.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 재무부는 무디스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무디스는 분명히 말했죠.
향후 1~2년 안에 재정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등급 강등도 고려하겠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재정 개혁과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