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원자력 발전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탈원전' 기조가 이어졌던 세계 각국이 이제는 다시 원전을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과연 왜 원전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이 어떤 수혜를 받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기후위기, 에너지 안보... 원전은 다시 '기저전력의 핵심'으로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Net-Zero)’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Intermittency)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 전력 수급을 100% 책임지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저전력(Baseload Power)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불거지면서 원전은 전략적 에너지 자산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1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고,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전 가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SMR(소형모듈원전)을 중심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2. 국내 원전 정책, 전환점을 맞다
한국 역시 과거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산업 재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3년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6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3을 원전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프로젝트가 재개됐으며, 이는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형 원전(APR1400)**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수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검증을 마쳤고, 최근에는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수주 경쟁에도 참여하며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3. 급등한 원전 관련주, 어떤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나?
원전 산업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로 기술력과 실적을 보유한 원전 밸류체인 핵심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대표적인 종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두산에너빌리티
과거 두산중공업에서 사명을 바꾼 이 기업은 원자로 주기기,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장비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 기업입니다. 원전뿐만 아니라 SMR, 수소, 풍력 등 에너지 전환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장기 성장성이 주목됩니다. - 한전기술
원전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해외 원전 수출 시 기본설계부터 참여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특히 한국형 원전 수출 확대 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 한전KPS
발전소 설비 유지보수 전문기업으로, 원전 정비와 점검을 책임지는 안정적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배당 정책과 꾸준한 실적이 장점이며, 원전 운용 확대와 함께 실적 개선도 기대됩니다. - 현대건설
단순 건설사가 아닌, 최근에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SMR 기술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향후 SMR 시장이 성장할 경우, 차세대 원전 건설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외에도 GS에너지, DL이앤씨, 우리기술, 보성파워텍 등도 원전 생태계에 포함된 기업으로, 관련 뉴스와 정책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4. 소형모듈원전(SMR), 게임체인저 될까?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비용과 시간, 안전성 측면에서 개선된 SMR(Small Modular Reactor)**은 세계 원전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MR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도시형·지역분산형 에너지 공급원으로 적합합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이 이미 SMR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도 관련 기술 확보와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이 SMR 기술 개발, 해외 협력, 정부 수주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5. 결론: 원전 산업, 다시 장기 테마로 주목
이제 원전은 단순히 ‘과거의 에너지’가 아닌,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에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전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고, 정책 변화에 민감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명확합니다.
원전 관련주는 단기 이슈성 테마가 아니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테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SMR, 원전 해체, 핵연료 재처리 등 다양한 세부 산업군의 성장도 기대해볼 만합니다.